영어영문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사람에게 최고의 순간은 생각지도 못하게 교수님의 강의 자료에서 내가 찾던 문학 작품을 만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Julia cho 작가의 BFE라는 작품이 나의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개인적으로 영문 원작의 작품을 좋아하거나 영어권 배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유색인종 아시안'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유색인종 아시안'이라는 개념을 크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국민의 대다수가 동양인인 국가에서는 스스로를 유색인종이라고 체감할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다만, 대중매체의 발달로 동양의 국가에서 거주하면서 종종 '유색인종 아시안'인 자신을 느끼게 되는데 그럴때마다 한편으로는 말하기 복잡하면서도 소수로 살아가는 '유색인종 아시안'들의 삶에 대하여 내 머릿속에 생긴 궁금증에 대한 답을 바라게된다.
한국계 미국인들의 삶은 나와 비슷할까? 그들은 나와 문화적으로 동질감을 어느정도 느낄까? 그들은 한국적일 것을 강요받을까? 등 나와의 공통점은 'color' 뿐이지만 다른 곳에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이 어떤 삶을 사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변을 이 작품을 통해서 어느정도 찾게 되었다.
<BFE 영문 극대본 무료 파일>
BFE. - Free Online Library
BFE. ABOUT THE PLAYWRIGHT Julia Cho's plays include 99 Histories (Cherry Lane Theatre's Mentor Project in New York City and Theater Mu in Minneapolis), The Architecture of Loss (New York Theatre Workshop), Bay and the Spectacles of Doom (La Jolla Playhouse
www.thefreelibrary.com
BFE에서 패니와 동갑내기 혜윤은 거주하는 나라가 다르지만 펜팔로 만들어진 인연이다. BFE에서 패니와 혜윤의 관계는 편지를 통해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알아주는 분신 같기도 하고 어떤 면으로는 거주하고 있는 환경으로 많은 둘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먼저, 패니와 혜윤의 공통적인 부분을 요약해보자면 둘은 아시아계 여성을 비하하는 서구의 남성중심문화로 고통을 받는 도플갱어와 같은 관계이다. 패니는 미국에서 아시아계 여성으로 미국 문화에 만연한 동양여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시아계 미국 여성의 육체에 투영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열등한 존재로 여기고 14살 생일에 엄마에게 성형 수술을 선물 받았다. 혜윤은 미국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한국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동양인의 외모를 서구적으로 바꾸기 위해 눈 성형수술을 했고, 앞으로도 굵은 다리를 날씬하게 보일 수 있는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둘은 다른 국가에서 아시아계 미국 여성으로써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으로 고통을 받는 분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모든 것이 같은 분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에 사는 혜윤은 콜라와 미국영화와 영어로 대변되는 미국문화에 둘러싸여 미국인 못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계 미국 여성으로 등장하는 패니는 가족을 중심으로 존재하던 기존의 아시아계 여성과 달리, 아버지가 없는 사생아로서 정체성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문화적, 심리적 기원이 단절된 상태의 여성이자 미국에서도 한국사회에서도 소외되는 존재이다. 이러한 차이는 패니가 한국 소녀 혜윤과 정서적 소통이 불가능해지면서 더욱 심해진다. 패니와 혜윤이 주고받는 편지는 서로가 겪는 고통을 보듬어줄 수도 있었지만 한국 소녀 혜윤과 한국계 미국인 소녀 패니가 처해있는 환경과 인식의 차이가 부각됨으로써 두 사람의 연대가능성은 부정적으로 제시된다. 이렇게 한국사회와 한국계 미국인 사회의 연대감보다는 거리감을 더 강조하는 듯한 작가의 태도는 2세대 한국계 미국 극작가로서 보여주는 새로운 면모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Julia Cho는 패니와 혜윤이 서로의 도플갱어로써 보이는 관계에서는 다양한 매체에서 일상적 삶에 만연한 이미지의 영향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인 권력구조가 되어 아시아계 미국 여성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른 관계에서는 미국이란 나라의 환상 이면에서 한국계 미국인의 소외된 삶과 미국 사회의 진실을 알려주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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